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가장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세베로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에 밀린 우크라이나군이 아조트 화학공장에 피신해 항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과 세베로도네츠크 주민들이 숨어든 아조트 화학공장은 앞서 마리우폴에서 격렬한 항전이 벌어진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연상케 한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15일(현지시간) 이들의 운명이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까지 저항하다가 항복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아조트 화학공장에는 우크라이나군인 외에도 수백명의 민간인이 대피해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자국 병력이 이곳에 체류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공식적으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이곳에는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민간인 500여명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우크라이나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아조트 화학공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폭발위험이 큰 화학물질인 암모니아, 요소, 질산암모늄을 생산했던 곳이다. 공장 근로자들도 이곳으로 피신해 있으며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남아있다고 드미트로 피르타슈 공장 소유사 그룹 DF 대표가 밝혔다.
사비아노 아브레우 유엔 인도주의사무소 대변인은 아조트 공장에서 전개되는 상황이 절박하다고 호소했다. 아브레우 대변인은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곳의 식량이나 보건서비스는 거의 고갈된 상태”라며 “전쟁하는 쌍방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민간인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대피를 보장하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세베로도네츠크는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러시아군의 폭격과 물량 공세식 시가전으로 인해 기간시설과 주택이 파괴됐다. 도시 기능을 잃어버린 이곳은 마치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서 자행한 일과 흡사하다.
현재 세베로도네츠크로 이어지는 교량은 모두 파괴됐다.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에 대한 보급은 거의 끊긴 상태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아직 보급이 어려운 상황이나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전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헬리콥터로 보급품을 전달하다가 전사한 조종사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격려한 적이 있다.
러시아군의 세베로도네츠크 점령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군은 이날 오전 아조트 공장과 이 지역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거부한 상태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