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교회(정명철 목사)에는 장마당이 들어섰다. 대형 천막 대여섯 개 아래 각종 의류 신발 장난감 인형 등 2500여점의 물품이 놓였다. 교회 영아부부터 고등부, 소망부(장애인부)에 이르기까지 교회학교 아이들이 가져온 물건들이다. 아이들은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친구들과 나누고 바꾸는 ‘에코 플리마켓’을 위해 고사리손으로 아꼈던 물품들을 내놨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나눠서 열린 플리마켓에는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 등 900여명이 참여해 북적였다. 장승헌(10)군은 조립식 장난감과 보드게임 등을 한아름 들었다. “저는 동생이 입었던 옷을 엄마랑 같이 정리해서 가져왔고요. 대신에 갖고 싶던 장난감을 받았어요. 동생이 자라서 못 입는 옷이었는데 그걸로 필요한 걸 갖게 돼서 신나요.”
플리마켓에 나온 상품은 돈이 아닌 교환권으로 구매할 수 있다. 교회는 물품을 가져온 아이들에게 상품교환권을 나눠주고 이것으로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서로 필요한 것을 바꿔 쓰는 의미를 알려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딸 임가윤(10)양과 함께 플리마켓을 구경한 황희윤(42) 집사는 “딸이 쓰지 않는 장난감을 내놓고 인형을 가져왔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가정에서 함께 플리마켓을 준비하며 환경을 지키는 일의 의미를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도림교회는 6월을 환경의 달로 정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들을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첫째 주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모아 화분을 만들었고 둘째 주에는 인근 도림천과 안양천생태공원에서 생태정화 활동을 진행했다. 이날 플리마켓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렸다. 꾸준한 환경 교육이 효과를 보면서 지난해보다 참여율이 높아졌다.
의류 판매 자원봉사를 한 김미화(56) 집사는 “작년보다 물품도 많이 들어왔고 새것처럼 깨끗한 옷들이 많았다. 오늘 하루 90여벌의 옷을 팔았다”고 설명했다. 플리마켓은 다음 주까지 진행되며 남은 물품은 교회가 상시 운영하는 재활용상점 ‘행복을 파는 가게’에서 판매된다.
교회는 이런 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기독교인의 좋은 습관으로 남길 기대하고 있다. 정명철 목사는 “하나님의 피조물인 우리가 자연을 아끼고 가꾸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말로만 하나님을 창조주로 고백하는 게 아니라 작은 실천과 행동으로 말씀을 살아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