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2017년 11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도서관에서 열린 대중음악상 거슈윈상 시상식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어증으로 배우를 그만둔 브루스 윌리스(67)가 대사를 외우지 못해 이어폰으로 내용을 전달받으며 연기했다는 미국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목격담이 나왔다.
미국 일간 LA타임스는 31일(현지시간) “동료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윌리스의 실어증을 의심했다”며 “한 배우가 윌리스와 촬영장에 동행하며 이어폰으로 대사를 읽어줘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영화 제작자들은 윌리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대사를 압축하기도 했다고 한다.
윌리스의 최신 출연작으로 아직 미개봉작인 ‘화이트 엘리펀트’ 제작진은 “윌리스는 받은 대본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제시 존슨 감독은 “윌리스 측 관계자에게 상태를 묻자 ‘현장에 있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지만 촬영을 점심 전에 끝내고 들어가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윌리스의 스턴트맨으로 10년 넘게 활동해온 배우 스튜어트 윌슨은 “(윌리스에게) 어딘가 이상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다. 몇 주 전에 본 윌리스는 평소보다 말라보였지만 괜찮았다”며 “윌리스가 도움을 받기 위해 이어폰을 착용했다. 대사가 많은 날엔 반드시 이어폰을 썼다”고 했다.
윌리스 가족은 지난 30일 인스타그램에 윌리스의 은퇴를 알리며 “그가 최근 실어증 진단을 받았다. 인지 능력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스의 은퇴 성명에 아내 에마 헤밍, 전 부인 데미 무어, 다섯 자녀가 서명했다.
윌리스는 1980년대 TV 드라마 ‘블루문 특급’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대표작은 단연 1987년 개봉한 ‘다이하드’다. 시리즈별로 빌딩, 공항, 도심 곳곳을 공격한 테러리스트에게 권총 하나로 맞선 뉴욕경찰 존 맥클레인을 연기해 세계적인 액션스타로 떠올랐다. 윌리스의 수상 이력엔 골든글로브상, 에미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