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절(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번복하자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 등 주요 기업들이 낙태를 위한 원정을 떠나야 하는 직원들에게 여행 비용 지원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JP모건은 지난 1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합법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주(州)로 이동할 경우 여행 경비를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원래부터 직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여행이 필요한 특정 서비스 혜택을 포함하고 있었다. 7월부터는 이 혜택이 합법적인 낙태를 위한 이동으로 확대키로 했다.
씨티그룹 역시 올해 초부터 직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멀리 떠나야 한다면 마찬가지로 여행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 그룹도 24일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우리 직원과 그 가족들의 건강, 웰빙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직원들이 낙태를 포함한 인근 지역에서 이용할 수 없는 의료절차,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여행 보상 정책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아마존도 낙태 등 의료 시술에 대해 최대 4000달러의 여행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알렸다. 애플은 낙태를 원하는 직원들의 여행비, 의료비를 지원할 방침을 거듭 재확인했으며, 디즈니 역시 24일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내 임신과 관련해 다른 주로 여행을 가야 한다면 회사가 치료비 지원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차량공유호출기업인 리프트와 우버는 최근 합법적인 낙태를 돕는 운전기사에게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텍사스주의 법에 맞서 법적인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 24일(현지시간) 1973년 미국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가 50년 만에 뒤집혔다.
로 대 웨이드 판례는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를 수정헌법 14조가 보호하는 사생활의 권리로 본다. 이후 1992년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 대 케이시 판례에서 임신중절 권리는 수정헌법 14조가 보호하는 자유로 재확립됐다.
하지만 이날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의견은 로 대 웨이드 판례 이후 법원이 임신중절을 권리로 인정해 왔다면서도 “미국법이나 관습법이 이런 권리를 인정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미국 내에서 낙태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주별로 낙태 문제와 관련한 입법과 정책 시행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체 50개 중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낙태를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