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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멍군’ 러시아는 리시찬 정유공장 장악…우크라는 뱀섬 탈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받으며 격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동부 루한스크주 내 마지막 도시 리시찬스크 장악을 위한 맹공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장악했던 흑해 요충지 뱀섬(즈미니이섬)을 탈환하며 기세를 올렸다.

친러 분리세력인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비탈리 키셀레프 러시아측 임명 내무 차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리시찬스크 정유소를 완전히 점령했고, (내부) 정리가 진행 중”이라며 “우리 사단은 이미 정유 공장 너머로 진입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 군은 (리시찬스크 남서쪽) 보브호리우카를 점령한 후 (리시찬스크를 향해) 더 가까이 진격했다”면서 “리시찬스크의 50% 가량을 우리의 통제권 안에 두게 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리시찬스크 인근의 정유 공장을 맹공격했고, 부분적으로 장악하는데 성공했다”며 “북서쪽과 남동쪽 구역 일부를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중”이라고 시인했다.

정유공장은 루한스크주 서쪽 경계선 끝에 위치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퇴각로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 이곳을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러시아는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동부 세베로도네츠크에서의 아조트 화학공장 등 우크라이나가 공장을 중심으로 항전을 이어가자 고전한 바 있다.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러시아의 리시찬스크 점령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러시아는 리시찬스크도 직접 타격하며 연일 공세를 높이고 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다른 방향에서 접근을 시도했다”며 “적군이 여러 방향에서 집중포격을 하고 있어 리시찬스크는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도시 외곽에 대인 지뢰와 대전차 지뢰를 설치하고 있다”며 “민간인들의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철수한 흑해 요충지 뱀섬(즈미니섬)을 사실상 탈환하며 병력 배치를 위한 작업에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국민 정례 화상 연설에서 “뱀섬은 전략적 요충지로 흑해 정세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며 “그것(뱀섬 탈환)은 러시아군의 행동을 상당히 제한한다. 우리는 차근차근 그들을 우리 바다·땅·하늘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뱀섬 병력 철수 이유로 곡물 수출을 배려해 ‘호의를 베푼다’는 명분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BBC는 “러시아군 입장에서 뱀섬을 방어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이었다”며 “호의를 베분다는 명분은 러시아 국내용 해명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뱀섬은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에서 서쪽으로 100㎞, 우크라 최대 교역항인 오데사로부터 남서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섬이다. 면적이 0.3㎢ 규모의 작은 섬이지만 군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흑해 통제권 확보가 가능하고,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몰도바·루마니아까지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침공 첫날인 2월 24일 흑해 함대 기함 ‘모스크바함’을 앞세워 뱀섬을 점령한 이유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무기 지원과 함께 ‘홈그라운드’ 이점을 활용해 넉 달 넘게 섬 탈환을 시도했고, 러시아군 장병·장비를 수송하는 함정도 꾸준히 타격했다. 또한 뱀섬이 러시아 해군 본진과 멀리 떨어져 있어 러시아로서는 전투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