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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英 총리 당 대표 사임… 총리직은 가을까지 유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여당인 보수당 대표직에서 사임하며, 차기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일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존슨 총리는 취임 3년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그는 런던 다우닝가 총리 관저 앞에서 성명을 통해 “새로운 대표와 총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의지임이 분명하다”며 “대표 선출 절차를 지금 시작해야 하며 다음 주에 일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당은 여름에 경선을 치르고 10월 초 당대회 전에 새 총리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선은 “존슨 총리가 10월까지 직위를 유지할 것이고, 이후 질서 있는 인수인계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몇달 간 총리직을 유지하는 것을 두고 벌써 논란이 일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그럴 경우 신임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여당 안에서도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어 그가 언제까지 총리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존슨 총리는 ‘파티게이트’ 문제로 불과 한 달 전 신임투표를 간신히 통과했지만 성 비위 측근 인사 문제와 거짓말 논란으로 결국 낙마하게 됐다.


크리스 핀처 보수당 원내부총무가 지난주 술에 취해 남성 두 명을 성추행했는데, 존슨 총리가 핀처 부총무의 이러한 전과를 알면서도 요직을 맡겼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존슨 총리는 초기에 “비위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지만 추후 “보고를 받았지만 기억을 못했다”고 말을 바꾸며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결국 “핀처 의원을 보수당 원내부총무에 지명한 것은 잘못이었다”며 사과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존슨 총리는 전날 까지도 의회에 출석해 “어려운 상황에서 막대한 권한을 부여받은 총리의 일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며 사퇴를 정면 거부했다. 그는 “큰 논쟁이 있을 때 뱀처럼 구는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다”며 자진 사퇴를 권유한 마이클 고브 주택부 장관까지 해임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내각 인사들이 줄사표를 던지자 무너졌다. 내각 핵심인 리시 수낙 재무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은 존슨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며 동시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밖에도 부장관과 차관, 장관 보좌관 등 44명이 존슨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임했다.

존슨 총리의 뒤를 이을 후보군으로는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 나딤 자하위 재무부 장관 등이 꼽힌다. 트러스 장관은 보수당 정권 최초 여성 외무장관으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다만 존슨 총리의 측근이라는 게 약점이다.

나딤 자하위 신임 재무장관은 최근 10년 새 보수당 내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한 인물이다. 수낙 전 재무장관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 정책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 2019년 존슨 총리의 당내 경쟁 상대였던 제러미 헌트 전 외무장관도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