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수의 상징이자 최장기 총리를 지낸 아베 신조(68) 전 총리가 8일 선거 유세 도중 산탄총에 맞아 쓰러져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다. 심폐 정지는 환자의 호흡이 없고 심장박동도 없는 상태로, 의사가 사망 선고를 하기 직전의 상태를 의미한다.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30분쯤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세를 하던 도중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고 NHK 방송과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당시 총성은 두 번 들렸으며 이후 아베 총리는 피를 흘리면서 길에 쓰러졌다. 아베 전 총리는 이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며 소방 당국은 그가 심폐 정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은 헬기로 옮겨진 아베 총리가 들것에 실려 옮겨지는 장면을 보도하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구급차로 이송되던 초기에는 의식이 있었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기도 했으나 이후 의식을 잃고 심폐 정지 상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나라시에 사는 야마가미 데쓰야(41)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소지하고 있던 총도 압수했다. 일본 방위성은 야마가미가 전직 해상자위대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서 죽이려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NHK 방송은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9월~2007년 9월과 2012년 12월~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낸 바 있는 일본 집권 자민당 내 대표적 강경파 인사다. 그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이끌고 있다.
참의원 선거 투표를 이틀 앞둔 가운데 벌어진 전직 총리 피격 사건에 일본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방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총리관저로 복귀하는 중이며 일본 주요 방송은 일제히 특보 체제로 전환했다.
일본 언론은 신문 호외를 제작하는 등 일제히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미국 CNN방송을 비롯해 전 세계 매체들도 아베 전 총리 피습 사건을 속속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