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자민당의 안정적 집권을 이끈 기시다 후미오(아래 ) 총리가 다음달 하순쯤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유력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임이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부총리 겸 재무상으로 기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내각이 향후 일본 헌법 개정에 적극 나설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참의원 선거에 당선된 의원들 가운데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원이 3분의 2가 넘고, 이들 중 상당수가 자위대 보유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경제부처 간부의 말을 인용해 “기시다 내각에 부족하기 쉬운 개혁 역량과 돌파력을 보완하기 위해 스가 전 총리 기용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민당 내 파벌에 소속되지 않은 스가 전 총리는 무파벌 의원들에 대한 영향력이 강하며, 연립여당인 공명당,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와도 관계가 돈독하다. 기시다 총리가 스가 전 총리로 하여금 연립 내각의 두 정당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이유다. 그가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이후의 자민당 역학구도 변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런 만큼 기시다 총리가 주요 장관 자리를 줄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기시다 총리가 개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던 최대 파벌 ‘아베파’ 소속 인사들을 대거 교체할지 여부다.
온건 성향 파벌인 ‘고치카이’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인 아베파와 정책적으로 거리를 취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민당 내 파벌 구도는 아베파가 93명(전체의 4분의 1)으로 1위,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모테기파(54명)’가 2위,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수장인 아소파(49명)가 3위다. 기시다 총리의 고치카이는 44명으로 4위에 그친다. 기시다 총리가 2~3위 파벌과의 결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지난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당선자의 67%가 개헌에 찬성하며, 이들 중 78%가 자위대 보유를 헌법에 명기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도쿄대 다니구치 마사키 교수 연구실과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했던 신문은 자위대 보유를 명기하는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 비율이 아직은 개헌 발의 요건인 전체 의원의 3분의 2를 넘지 않았다면서도 “자위대 문제를 제외하면 차기 참의회는 개헌 발의 정속수(66.7%)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중국의 관영매체들까지 일본의 개헌 움직임을 강력 견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만약 일본이 헌법을 개정한다면 끝없는 문제를 야기하는 상자를 열게 될 것”이라며 “개헌은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헌을 통해 (일본)헌법 9조에 자위대 내용이 포함된다면 일본은 전후 역사와 평화 발전의 길을 부정하는 위험한 신호를 이웃과 아시아 전역에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