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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길 걷는 시진핑, 인민영수 칭호 받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가을 열리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마오쩌둥 시대 이후 폐기된 ‘인민영수’ 칭호를 얻게 될 것이라고 홍콩명보가 12일 보도했다. 시 주석이 향후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에서 물러난 뒤에도 최종 결정권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명보는 시 주석이 ‘당의 핵심’에 이어 인민영수 칭호를 얻게 될 것이고 이를 뒷받침할 선전 문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정당, 한 명의 영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선전 부서는 이미 당의 핵심, 인민영수, 군대 총사령관 등의 구호를 전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정치학자 천다오인은 “핵심이나 영수는 무관의 왕과 유사하다”며 “장래에 국가주석과 총서기를 맡지 않아도 그가 살아있는 한 영향력은 첫 번째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천다오인은 인민영수 칭호가 시 주석 퇴임 이후를 대비한 것인지에 대해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시 주석이 관료 체제 내부에 있지 않더라도 최후 결정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2016년 10월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 전회)에서 ‘당의 핵심’ 지위를 확보했다. 이듬해 당의 헌법인 당장에 시 주석에 대한 핵심 지위가 명시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19기 6중전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을 정당화하는 역사결의가 채택됐고 인민영수라는 표현이 점차 확산됐다. 당 대회의 전초전 격으로 지난해 말부터 열린 지역별 당 대회에서도 ‘영수의 당부를 명심하라’는 식의 표현이 등장했다.

공산당 역사상 영수라는 표현은 마오쩌둥과 마오쩌둥 사후 국가주석직을 이어받은 화궈펑 이후 폐기됐다. 화궈펑은 영명한 영수로 불리긴 했지만 통치 기간이 짧은 과도기적 지도자여서 영수 칭호를 실질적으로 누린 건 마오쩌둥이 유일하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을 ‘중공 제1대 영도집단의 핵심’으로 표현했고 자신을 2대 핵심, 후임 장쩌민을 3대 핵심으로 칭했다. 덩샤오핑은 장쩌민이 당·정·군권을 모두 장악한 뒤에도 막후에서 최고 권력자 역할을 했는데 시 주석도 같은 길을 가게 되는 셈이다.

인민영수 칭호를 대만 통일과 연결짓는 분석도 제기됐다.

군 출신의 한 인사는 명보에 “무력 조직 내부에는 시 주석이 중국을 이끄는 동안 대만 문제를 해결하기 희망하는 공동 인식이 있다”며 “대만 통일을 실현하면 인민영수 칭호가 명실상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