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이었던 전월(8.6%)보다 상승폭이 더 커진 9.1%를 기록한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단행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의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 가속화가 우려되고, 이달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넘어선 ‘울트라 스텝’(1.0% 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6월 CPI는 전문가 전망치를 넘어선 수치다. 로이터는 8.7%, 블룸버그는 8.8%를 예상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5.9%, 전월보다 0.7%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물가 상승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연 인플레이션은 2021년 3월만 해도 2.6%에 머물렀으나 그해 5월에 5.0%로 뛰고 10월에 6.2%. 12월에 7.0%로 올라섰다. 이어 3월 8%를 돌파했고 3개월 만에 다시 9%를 넘어섰다. 미 물가가 8% 정도를 정점으로 다소 식으리라는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심각해지자 올 3월 3년 3개월 만에 첫 금리인상을 단행했으며 다시 5월에 0.5% 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을 실행했다. 그래도 CPI 누적상승률의 연 인플레이션이 4월 8.3%에서 5월 8.6%로 다시 뛰자 6월 15일 한번에 0.75% 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타깃 기준금리를 1.50%~1.75%로 만들었다.
당초 연준은 이달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다시 한 번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0.75% 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번에 금리를 1.0% 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빅스텝’이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가능성은 낮지만 울트라 빅스텝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7월 CPI는 둔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식품 및 가스를 포함한 인플레이션 지수는 최근 몇 주 동안 가격이 조정되었기 때문에 7월에는 둔화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 감속이 지속되는지 여부고 답은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하고 근본적인 인플레이션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 CPI는 월간으로 0.7% 올랐으나 연간으로는 5.9%를 기록해 전월의 6.0%에서 낮아졌다. NYT는 전월 대비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