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계는 틈만 나면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청소년, 청년층을 교회 안으로 인도해 미래 자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보다는 구호만 난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학원사역에 있어 타 종교에 비해 교계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다. 이는 교계 전반을 위한 대승적 투자가 아닌 당장 도움이 안 되는 ‘비용’으로 여기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중·고교 등 일선 현장에서 학원사역에 매진하고 있는 목회자들은 13일 한계를 호소했다. 다음세대 선교라는 사명감으로 사역에 나섰지만, 경제적 상황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만만치 않은 탓이다. 현재 학원사역 목회자들은 대부분 자비량으로 사역에 필요한 양식이나 물품을 스스로 마련한다. 한 목회자는 “초반에는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비량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며 “사명감이 현실의 벽 앞에서 무력해지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들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한국교계 지원뿐이다. 하지만 교계에서 이들에게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원사역 목회자의 경우 13년 동안 매주 제주, 서울, 경기도 의정부·분당·하남·평택, 강원도 철원 등 다양한 지역 학교에서 2500여명의 청소년을 만나며 사역을 이어왔다. 85%에 달하는 믿지 않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는 현장에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자비량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교계의 도움도 전무해 심각한 영적 도전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이는 타 종교의 학원사역과 크게 대비된다. 천주교, 불교 등은 교구 차원에서 학원복음화 전담팀을 구성해 학원사역에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가령 의정부 소재 한 고등학교의 경우 천주교, 불교는 교구 차원에서 물품, 양식, 인력, 사례금 등을 전폭 지원한 반면 기독교는 지원이 전혀 없어 목회자들이 자비량으로 소량의 양식을 겨우 마련했다. 이에 따라 신앙이 없는 학생 대부분은 천주교, 불교로 몰렸고 기독교 예배에 가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교계의 학원사역 지원이 미미한 이유는 교계 전반을 위한 대승적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만 여기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일부 교회를 대상으로 학원사역에 대한 인식을 문의한 결과 ‘좋은 사역인 건 알겠지만, 지역이 다른 경우 우리 교회와 상관없는 청소년들이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지원한다 해도 지금 당장 우리 교회에 오는 청소년이 아니고, 단기적으로 교회에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또 ‘학원사역을 주도하는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 대표가 우리 교단 소속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있었다.
오랜 기간 학원사역에 몸담아 온 최새롬 목사는 “다음세대를 향한 간절한 마음이 불교와 천주교에서 훨씬 크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독교는 주로 내부적인 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고, 학원사역과 같은 외부적인 일은 가성비가 떨어져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학원사역 및 관련 목회자들은 기로에 서 있으며 이는 교계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인 만큼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에 대한 교계의 각성과 실제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