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 총격 참사 때 경찰 대응이 총체적 실패였다는 주 의회 조사결과가 나왔다. 376명의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의사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우왕좌왕했고, 뒤늦은 대응 탓에 구할 수 있었던 생명을 잃었다.
텍사스주 하원 조사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77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위는 “경찰의 조직적인 실패와 터무니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의사 결정을 확인했다”며 “총격범 제압을 위한 훈련 지침을 준수하지 못했고, 자신의 안전보다 무고한 생명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도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24일 롭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모두 21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당시 경찰은 77분가량 총격범 진압 작전을 펼치지 않아 범행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앞서 텍사스주 공공안전부는 총격 대응 실패 논란과 관련, 당시 현장 지휘관인 피트 아리돈도 유밸디 교육구 경찰서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주 의회는 아리돈도 서장뿐만 아니라 연방기관과 주 정부 산하 경찰에게도 부실 대응의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조사위는 “사건 대응 지휘소를 누구도 주도적으로 설치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리더십의 공백으로 부상당한 희생자가 구조를 위해 한 시간 넘게 기다렸고, 범인이 그동안 총을 계속 쐈기 때문에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범인이 건물 내부에서 발사한 142발 중 약 100발은 경찰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발사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조사위 보고서는 “일부 희생자들은 구조를 기다리지 않았더라면 생존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경찰이 복도에서 기다리는 동안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최소 6차례 911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보고서는 경찰이 진입 결정을 훨씬 더 일찍 내릴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다”며 “시스템적인 실패”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