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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363년래 최악 폭염… 에어컨 있는 집은 5% 미만


흐리고 서늘한 기후에 익숙해 더위에 대비하지 않은 영국이 사상 최악으로 꼽을 만한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의 낮 최고기온은 40도 안팎으로 예고돼 현지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폭염 최고 경보인 ‘4단계 적색경보’도 발령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18일(현지시간) “영국 기상청이 낮 최고기온을 섭씨 40도(화씨 104도)까지 예보했다”며 “영국에서 1659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뒤 36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사상 최고 기온은 2019년 7월 25일 케임브리지 식물원에서 측정된 38.7도다. 39도만 넘어서도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데, 영국 내 일부 지역에선 낮 최고기온이 최대 41도까지 예보돼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생 영국인과 증조부모까지 해외를 나가지 않았다면 40도를 경험한 적이 없을 것”이라며 “빅토리아 여왕(1819~1901년), 찰스 다윈(1809~1882년)도 (영국 안에선) 40도 상황에 놓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뜨거운 볕을 받은 철도의 선로와 공항의 활주로가 팽창해 열차와 항공기가 일부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수도 런던을 지나는 선로가 폭염으로 뒤틀려 영국 철도시설공단(NR)은 안전상의 이유로 열차 운행 속도를 제한하거나 일부 노선의 운행을 취소했다. 대영박물관 전시실은 폐쇄됐고, 버킹엄궁 경비병의 경계근무는 줄었다.


유라시아대륙 서쪽 끝에서 대서양의 편서풍과 차가운 북해의 바람을 모두 들이는 영국은 평소 하늘을 가린 구름에서 비가 쏟아지는 나라다. 맑은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흐린 탓에 한여름에도 폭염에 시달리지 않는다. 이로 인해 주택이나 건물은 하절기보다 동절기에 대비해 설계됐다. 에어컨 같은 냉방기보다는 난방기가 보편적으로 설치돼 있다.

이로 인해 에어컨을 설치한 가정은 희박하다. 영국 기업에너지전략부의 지난해 보고서를 보면, 영내 가구에서 에어컨을 설치한 비율은 5%를 밑돌았다. 그나마 있는 에어컨은 대부분 이동식으로, 중앙냉방장치는 수도 런던의 고급 아파트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에어컨을 쓸모없는 가전으로 취급하는 영국에서 갑자기 찾아온 폭염으로 피해에 더 쉽게 노출됐다”고 분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