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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말 실망’ 바이든, 모디 총리와 회담…제재 동참 압박 전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으로 회동한다. 이번 회동은 서방의 대러 제재 전선에서 이탈한 인도를 되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 및 파트너 간 단합을 끌어낼 수 있는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11일 회동 일정을 설명하며 “두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식량 및 물자의 글로벌 공급 불안정 완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또 “글로벌 경제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와 민주주의,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자유롭고 개방되며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 회동이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인도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과 라자 낫 싱 국방장관이 함께 만나는 ‘2+2’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인도의 중립적 입장은 미국에서는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러시아로부터는 찬사를 받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 경제 고문인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6일 “이번 침공과 관련해 중국과 인도의 결정에 분명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미국은 인도에 ‘러시아와 노골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한다면 그 대가는 심대하고 장기적일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인도의 모호한 입장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한 직후 정상 회담이 성사된 셈이다.

인도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안보협의체 쿼드 참여국이지만, 대러 제재 전선에선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고 있지만, 무기 60%는 러시아로부터 들여오기 때문이다.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 파키스탄 견제를 위한 안보 우방이 러시아인 셈이다. 미국도 인도의 이 같은 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해 그간 모호한 태도를 어느 정도 용인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인도가 러시아와 교역을 늘리면서 대러 경제 제재 효과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인도는 지난달 러시아로부터 300만 배럴의 원유를 구매했다. 인도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국제 기준 가격보다 20% 싼값에 석유를 팔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진 이후 인도가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는 최소 1300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체 수입량(1600만 배럴)의 81%를 사들인 것이다. 인도는 러시아산 방공시스템도 구매해 미국을 자극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인도를 방문해 “앞으로 두 나라가 양국 통화로 결제하는 추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조치가 시행되면 금융 제재 구멍이 생겨 러시아는 루블화 환율 방어에도 나설 수 있다.

인도는 지난달 2일 유엔총회에서 실시된 러시아 규탄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표를 던졌다. 민간인 학살 범죄 책임을 물어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정지를 결의하는 투표에서도 기권했다. 당시 결의안은 찬성 94표, 반대 24표, 기권 58표로 가결됐다.

인도는 이날 정상회담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양국은 현재 진행 중인 양자 협력을 검토하고 남아시아, 인도·태평양 지역 및 세계 문제의 최근 발전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만 설명했다. 백악관 설명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견해차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