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직 발도 내딛지 못한 화성에서 지구 쓰레기가 포착됐다.
21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의 붉은 모래 위에서 뜻밖의 물체를 포착했다.
NASA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밝은색을 띄고 있는 물체는 가는 실 여러 개가 엉켜있는 ‘실뭉치’처럼 생겼다. 일부 사람들은 이 물체를 스파게티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사진은 지난 12일 퍼서비어런스의 왼쪽 전방 위험회피 카메라가 촬영한 것이다. NASA는 이 사진을 ‘금주의 이미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NASA는 해당 물체가 지난해 퍼서비어런스 화성 착륙 당시 사용된 로켓 동력 제트팩 부품의 일부일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퍼서비어런스는 해당 사진이 찍히기 전 발견된 구역에 간 적이 없기에 물체가 바람에 실려 그곳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흘 후 퍼시비어런스는 같은 위치를 다시 찾았으나 해당 물체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퍼서비어런스는 2020년 7월 30일 NASA가 발사한 화성 탐사 로버다. 화성에서 생명체와 물 흔적을 살피며 지구로 보낼 토양과 암석 샘플을 채취하는 게 주요 임무다. 이 분화구는 퍼서비어런스가 이듬해 2월 18일 처음 착륙했던 곳이다.
퍼서비어런스가 화성 표면에서 쓰레기 조각을 포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16일 퍼서비어런스는 돌 틈에 알루미늄 포일 조각이 쓰레기처럼 끼어 반짝이는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 NASA는 이 쓰레기를 탐사차 온도를 조절하는 열 담요(thermal blanket)의 일부로 제트팩 등 하강 장비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진이 공개되자 우주탐사로 행성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이를 두고 “아직 사람이 도착한 적 없는 화성에 인간의 쓰레기가 벌써 생기고 있다”며 “다른 천체에 대한 오염을 피하도록 의무화한 국제법 ‘외기권 조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