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두 달 동안 금리를 1.5% 포인트 끌어올리는 초강력 조처다. 한국은 2020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보다 이자율이 낮은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다음 회의에서도 ‘비정상적인 높은 수준’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며 추가적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됐다.
연준은 27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2.25~2.5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2.25%인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높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낮추는데 전념하고 있고, 이를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12명의 FOMC 위원 전체가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폭에 동의했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올해처럼 강력한 통화정책을 시행한 건 1980년대 초 ‘인플레 파이터’로 불리는 폴 볼커 전 의장 때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은 오일 파동을 겪으며 인플레이션이 치솟았고, 볼커 전 의장은 1979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기준금리를 8.5% 포인트 인상하는 초강력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물가는 빠르게 안정됐지만, 경기침체가 찾아왔다.
파월 의장도 “최근 소비와 생산 지표가 약화했고, 성장과 소비자 지출이 크게 둔화했는데, 이는 실질가처분 소득 감소와 재정 상황 악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택 부문 활동은 높은 모기지 이자율로 약화했고, 기업 고정 투자도 2분기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경기가 둔화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노동시장은 실업률이 매우 빡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이언스텝을 강행해도 버틸 수 있을 만큼 미국의 경제 상황이 탄탄하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미국이 불황에 빠진 것 같지 않다. 경기침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약간의 침체를 볼 수 있지만, 노동시장에서 나오는 강력한 데이터가 있고, 수요도 여전히 강해 미국 경제는 올해도 계속 성장하는 궤도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빠르고 큰 금리인상이 미국 경제를 침체 위험에 빠뜨리고, 인플레이션도 낮추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글로벌 매크로 책임자인 살만 아메드도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은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며 “성장이 둔화하는 환경에서 긴축 통화 정책을 실행하면 실적 부진이나 달러 강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속적인 금리인상 가능성도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향후 (물가) 데이터와 경제 전망의 변화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음 회의에서 비정상적으로 큰 또 다른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또 한 번의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통화정책의 스탠스가 빡빡해지면 인상 속도를 낮추는 게 적절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시장은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지속을 언급했지만 경기 둔화 지표를 인지하고 있고, 이에 따른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에 안도했다. 파월 의장 발언 이후 미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미국은 이번 조처로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11번째로 높은 금리 수준을 갖추게 됐다. G20 국가 중 미국보다 금리가 높은 곳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러시아 등 9곳이다. 유럽 주요국과의 금리 차는 최대 2.0% 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됐다.
한국도 금리역전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됐다. 통화당국 관계자는 “한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곧바로 달러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금리인상을 지속해 금리역전이 확대되고 장기화하면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