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 밤 대만에 도착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횡단하고 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보도했다.
미·중 갈등이 최악의 경우 군사적 충돌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방송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쑹산 공항 상공에 펠로시 의장이 탑승한 항공기 SPAR19편이 등장하는 모습과 펠로시 의장이 기내에서 내리는 장면 등까지 실시간으로 방송했다.
펠로시 의장은 쑹산 공항 도착 직후 성명을 냈다.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그는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이 중국에 맞선 민주주의 수호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만큼 중국의 거센 반발과 논란은 더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에 대만을 찾은 최고위급 미국 인사다.
대만 언론은 펠로시 의장이 타이베이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숙박한 후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입법원(의회)과 인권박물관 등을 방문한 뒤 오후 4~5시께 출국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의 대만 입국 과정은 긴박감 속에 이뤄졌다.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는 이날 오후 3시42분쯤 말레이시아에서 이륙해 대만으로 오면서 통상적인 항로 대신 우회로를 택해 예상보다 비행시간이 오래 걸렸다.
대만 자유시보와 TVBS 방송 등은 펠로시 의장 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중국을 의식해 남중국해를 경유하는 직선 항로 대신 오른쪽으로 다소 우회했다고 전했다.
해당 군용기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영공을 경유하면서 말레이시아에서 대만까지의 통상 비행시간인 5시간보다 더 오래 걸렸다는 설명이다.
해당 항공기가
중국 정부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며 무력 대응을 시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실제 펠로시 의장이 탄 SPAR19편이 대만 공항에 들어서는 것이 확인된 직후 중국중앙(CC)TV는 “10시25분쯤 중국군 su-35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횡단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만 국방부는 “Su-35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횡단했다는 온라인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날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에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면서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는 항공편 경로를 지켜보려는 접속자가 동시에 32만명까지 몰려들어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