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수도 파리를 관통해 도버해협으로 이어지는 센강에서 벨루가(흰고래)가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주로 차가운 북극해에 서식하는 벨루가가 따뜻한 센강까지 거슬러 온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말라보이고 식음을 전폐하는 모습에 질병을 앓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양 생태계 보전 운동을 펼치는 비정부기구 시셰퍼드의 라미야 에셈랄리 프랑스지부 대표는 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벨루가는 몇 달 전부터 영양실조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셈랄리 대표는 “벨루가가 스스로 헤엄쳐 바다에 돌아갈 충분한 힘이 없다”며 “보트로 벨루가를 실어 바다로 옮겨 나른다고 해도 위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벨루가는 얼린 청어나 살아있는 송어를 건네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다만 머리를 돌리거나 외부 자극에 반응을 보일 정도의 에너지는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벨루가를 안락사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관계 당국과 회의를 마치고 나온 에셈랄리 대표는 “안락사 논의가 안건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대신 원래 서식지인 바다에서 벗어난 벨루가를 계속 센강에 가둬둘 수는 없는 만큼, 비타민을 투약해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극해에 사는 벨루가가 가을철에 먹이를 찾으러 남쪽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 사례는 드물다. 프랑스와 가장 가까운 벨루가 서식지는 센강에서 3000㎞가량 떨어진 노르웨이 북쪽 스발바르 제도다. 프랑스 강가에서 벨루가가 발견된 것은 1948년 루아르강 하구에서 한 어부의 그물에 벨루가가 잡힌 이후 두 번째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