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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자존심 싸움된 펠로시 방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미·중 간 갈등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기존의 미·중 패권 경쟁에 더해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3연임이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상황이 겹치며 양측의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펠로시 의장이 2일 밤 대만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은 이례적으로 무력 사용을 시사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이에 미국은 펠로시 의장에 대한 보호 조치를 천명하며 맞불을 놨다. 기존의 미·중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국의 대만 선제공격’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양측의 갈등을 폭발시킨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이 문제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리더십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무산될 경우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악재로 안 그래도 불리한 11월 중간선거에서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증산을 요청하기 위해 강행한 사우디아라비아 방문도 ‘빈손 외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거리를 두던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펠로시 보호’로 입장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시 주석 입장에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3연임을 확정하는 가을 당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대관식’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군사 대응까지 언급한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이 자신의 통치에서 주요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며 “특히 대만 문제에서 강인하다는 이미지를 보이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NYT 등 외신은 당분간 미·중 갈등은 고조되겠지만 곧 수위를 조절해 관리 모드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에 실제 군사행동을 강행할 경우 서방의 중국 제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