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中, 심야에 美대사 초치해 “펠로시, 천하의 못된 짓” 강력 항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2일 밤 중국 정부는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긴급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중국군은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형태의 해역과 공역에서 전방위적인 군사 훈련 및 실탄 사격에 돌입했다.

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셰펑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은 전날 밤 늦게 번스 대사를 불러들여 “펠로시 의장이 무모하게 천하의 못된 짓을 저지르고 고의적으로 불장난을 도발했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3대 미·중 공동성명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말했다.

그는 “행위의 성질이 매우 악질이고 후과는 엄중하다”면서 “중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셰 부부장은 또 “미 정부는 펠로시 의장의 자의적인 행동을 저지해야 함에도 용인하고 한통속이 되어 대만해협 긴장을 격화시키고 미·중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만은 중국의 대만으로 반드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말한 대로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은 전방위적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만 북부와 서남, 동남부 해역 및 공역에서 해상·공중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대만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인민해방군은 4일부터 사흘 동안 대만을 에워싸는 형태로 설정한 해역과 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한다며 해당 기간 선박과 항공기의 진입을 금지시켰다.

중국 국방부는 대변인 담화를 내 “미국은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표적성 군사행동으로 반격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 등 6명의 미 하원의원 대표단을 태운 미 공군 C-40C 수송기는 2일 오후 3시42분쯤 아시아 두 번째 순방국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을 출발해 오후 10시43분쯤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를 피해 오른쪽으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영공을 경유하면서 비행 시간이 7시간으로 늘었다. 남중국해 항로를 이용하면 말레이시아에서 대만까지 통상 5시간이 걸린다.

펠로시 의장 일행이 탄 수송기가 대만에 가까워질 무렵 중국 군용기 20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미·중 군용기가 극한 대치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미 해군은 대만과 근접한 필리핀해에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등 전함 4척을 전개했다.

펠로시 의장은 공항 도착 직후 낸 성명에서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라 미 의회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했다”며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 및 오찬을 갖고 입법회(의회)와 인권박물관을 방문한 뒤 중국 반체제 인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펠로시 의장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류더인(마크 리우) 회장을 만난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일정을 마치고 오후 4~5시쯤 출국할 예정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