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높아진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세계 물류에 일시적인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3일 보도했다. 중국은 4~7일 대만 해상을 사실상 봉쇄하는 형태의 군사훈련을 예고했다. 우리나라 국적기도 이 훈련의 영향을 받아 100여편의 운항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천연가스 기업들이 동북아시아로 운송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일부의 항로를 변경하거나 속도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당장 이번 주말 대만, 일본으로 향하는 화물 운송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주변 해상에서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예고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대만 북‧서남‧동남부 해상부터 공역까지 6방향에서 포위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훈련의 위치를 공개하면서 “4~7일까지 해당 해역‧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이 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민해방군은 대만해협에서 장거리 화력을 활용한 실탄사격, 동부 해상에서 상용 화력을 조직한 시험사격을 실시할 예정이다. 신화통신은 “해당 해상으로 훈련 기간 중 선박과 항공기는 진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대만 주변 해상에서 중국의 군사훈련이 강화되면 이곳을 지나야 할 선박과 항공기는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덧붙였다.
태평양과 인도양 사이를 오가면서 한‧중‧일 주요 항구를 경유할 수 있는 대만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항로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공급망 차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대도시의 ‘코로나 봉쇄’로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이번 주말까지 나흘에 걸쳐 이어질 수 있는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위험은 공급망을 다시 위협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중국이 지정한 비행금지구역을 통과하는 우리 국적기 100여편의 운행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이 지정한 비행금지구역 유효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1시부터 7일 오후 1시까지다. 국토부는 항공사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날 새벽 항행안전주의보를 발령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