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 등 아시아 국가 순방에 나서면서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일대가 들썩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아시아에서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미국에선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펠로시 의장의 남편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AP통신은 3일(현지시간) 펠로시 의장의 남편인 폴이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을 통해 무죄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재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 카운티 법원에서 열렸다.
폴은 지난 5월 29일 밤 술을 마신 채 페라리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폴의 혈중알콜농도는 캘리포니아주의 음주운전 형사처벌 기준치(0.08%)보다 0.002%포인트 높은 0.082%로 측정됐다.
폴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찰관에게 운전면허증과 함께 11-99재단 카드를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와 직원을 후원하는 단체다. 폴의 행동은 ‘후원자이니 눈을 감아 달라’는 압력으로 비칠 수 있다.
폴은 현장에서 체포된 뒤 보석금 5000달러를 내고 석방됐고, 지난 6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펠로시 의장은 폴의 차량에 동승하지 않았다. 브라운대 졸업식 연설을 위해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 머물던 때였다.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폴은 최소 5일의 구금, 최대 5년의 보호관찰 판결을 받을 수 있다.
8월 들어 펠로시 의장은 매일 아시아 국가를 방문해 정상은 물론 고위인사, 기업인을 만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리셴룽 총리, 2일 말레이시아에서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 3일 대만에서 차이잉원 총통과 회동했다.
대만 방문길은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판단하는 탓이다.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25년 만에 성사됐다. 앞서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미 하원의장이 마지막으로 대만을 찾았다.
중국과 대만은 모두 펠로시 의장의 행보를 ‘대만에 대한 미 하원의 독립국 인정’ 받아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이날부터 7일까지 대만 주변 해상을 봉쇄하는 형태로 둘러싼 군사훈련을 진행한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3일 밤 한국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공동 언론발표를 갖고 국회 사랑재에서 오찬을 갖는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 회담하지 않고 전화통화를 가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은 오는 5일 아시아 마지막 순방국인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조찬을 가질 예정으로 전해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