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RS-28 ‘사르맛’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사르맛에 장착된 핵탄두 위력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약 2000배 큰 것으로 평가된다.
블라미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에 여러 차례 핵무기를 언급했지만 ICBM을 발사하며 실질적인 핵 위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20일 오후 3시12분(현지시간)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사르맛 IC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이 독특한 무기는 우리 군의 전투력을 강화하고, 위협으로부터 러시아의 안보를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며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적들을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항공우주국 소장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대한 선물”이라고 비꼬았다.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는 서방이 러시아와 관련한 문제에 군사적인 접근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싱크탱크인 ‘IMEMO RAS’의 드미트리 스테파노비치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러시아가 핵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서방에 러시아와 관련한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방국들이 러시아를 비난하면서도 직접적인 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실험은 일상적이며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사일 시험 발사 전 이를 미국에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