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권은 비즈니스 리더는 건드릴 수 없는(untouchable) 존재이며 법 위에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12일 영국 BBC가 “한국이 삼성 ‘왕자’를 사면한 이유”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BBC는 “한국의 가장 강력한 화이트칼라 범죄자 중 한 명인 이 부회장이 대통령 특별 사면을 받았다”며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해 한국 최대 기업의 실질적인 리더가 필요했다고 말하면서 특별사면을 정당화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사면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던 6년 전 촛불시위 때와는 다른 국가 운영 방식의 새로운 변화를 나타낸다고 평가하면서 “부패에 맞서 싸워온 사람들에게는 절망적인 타격”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경우 상위 10개 기업이 GDP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 재벌이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재벌(chaebols)로 알려진 이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족 지배 제국’으로 LG, 현대, 롯데, SK가 그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삼성은 그들 중 가장 크고 강력하다.”
BBC는 토론토 대학의 정치사회학자인 이윤경 교수의 말을 인용해 “삼성은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사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병원 호텔 보험 광고 조선소 심지어 테마파크까지 훨씬 더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며 “삼성과 다른 재벌들은 ‘문어’ 회사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고 전했다.
BBC는 “문어발의 다양한 촉수들이 오랫동안 한국 정치 최고위층에 침투해왔으며 그 결과로 생긴 독점이 경쟁을 막고 노동 운동을 억눌렀다”며 “그들의 관행은 수십 년의 뇌물 수수와 부패 사건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패와 재벌의 영향력을 타파하려는 열망은 여전하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다가오는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과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에 대한 자부심과 뒤섞여 있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