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한 지 24일로 꼭 6개월이 접어들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크림반도 탈환’ 발언이 장기전에 접어든 전쟁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최근 발생한 차량 폭발 사고에 “자비는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림반도 반환과 국제적 지지 확보를 목적으로 설립한 ‘크림 플랫폼’ 개회사에서 “모든 것은 크림반도에서 시작됐고, 크림반도에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림반도는 흑해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지난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됐으나 국제법상 우크라이나 영토다. 또 러시아는 이곳을 우크라이나 공격을 위한 미사일 발사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포를 극복하고, 우리 지역과 유럽, 전 세계의 약속과 안보를 되찾기 위해선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승리를 쟁취할 필요가 있다”며 “크림반도 탈환이 세계 법과 질서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더 강경하고 호전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폭격과 배후를 알 수 없는 러시아의 우파 민족주의 이론가를 겨냥한 본토 폭탄 공격이 러시아에 보복성 대규모 공격의 ‘명분’을 제공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 나아가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자작극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열하고 잔혹한 범죄로 러시아인의 마음을 지닌 두기나가 숨졌다”며 분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폭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자 관련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두기나는 우리 영토에 있지 않았다”며 “우리 국민도 아닌 사람한테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서방도 이번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선제 공격한 것으로 상황을 조작해 내부 분노를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명분을 만들어 대규모 공격을 정당화하는
러시아 관영 언론과 강경파도 즉각적인 보복을 촉구하며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두긴은 “나치 우크라이나 정권에 의해 자행된 테러 행위”라며 “우리는 그저 복수나 응징보다 더한 것을 갈망한다”고 말했다.
속전속결로 수일 내로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이 반년 넘게 끌리자 더 강한 공격으로 승전을 앞당겨야 한다는 압박이 러시아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 국무부는 우크라이나에 잔류해 있는 자국민에게 즉각 떠날 것을 촉구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