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지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일 여론전을 펼치며 사실상 ‘대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0년 미 대선에서 맞붙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다시 맞붙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바이든도, 트럼프도 싫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퀴니피악대 여론조사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71%가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내에서 여전히 건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출마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전체 응답자의 6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출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 난입 폭동’ 등 각종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며 그의 ‘사법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바이든 정부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미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공화당의 대선 주자들이다. 최근 공화당 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단연 론 드산티스(43) 플로리다 주지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할 후보로 1위 도널드 트럼프, 2위 론 드산티스, 3위 마이크 펜스를 꼽았다. 실제로 지난 6월 뉴햄프셔에서 공화당 대선주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드산티스 주지사가 39%의 지지율로 37%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돌렸다는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 출신으로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다녔다. 이후 해군에 입대했고, 2006년 특수부대 네이비실 소속으로 이라크에서 복무했다. 그는 2012년 플로리다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2014년, 2016년 연임에도 성공했다.
드산티스는 전형적인 ‘트럼프파’ 정치인으로 꼽힌다. 특히 그는 2016년 러시아가 트럼프와의 거래를 통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조사하는 FBI를 연일 비판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얻는 동시에 공화당에서 정치적 위상이 급상승했다. 덕분에 2018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 근소한 격차로 승리한 바 있다.
그가 공화당의 미래로 주목받는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매우 닮은 인물이면서도 합리적 면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이 많다. 미 주간지 더뉴요커는 ‘론 드산티스는 트럼프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드산티스를 ‘두뇌가 있는 트럼프(as Trump with a brain)’라고 칭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보여준 바이든 정부에 대한 공격은 공화당 지지자들을 열광케 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하는 시설 폐쇄 등 록다운 정책과 백신접종 의무화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정부의 방역 정책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정책으로 플로리다주를 준수하게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드산티스 주지사가 떠오르는 배경에는 그가 ‘트럼프식 정치’를 흡수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자신의 지지자임을 인식하고, 트럼프의 제스처와 말투 등을 따라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게다가 드산티스의 정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공격’을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 능하다. 동성애와 관련된 디즈니사와의 전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3월 드산티스 주지사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수업 중 동성애에 관한 토론을 금지시키는 법안에 서명했다. 디즈니 경영진이 해당 법에 대해 규탄성명을 내며 반대의사를 표명하자 그는 플로리다주에 있는 디즈니월드에 주어졌던 각종 세제 혜택 지원을 철폐하며 강경 조치로 맞대응했다. 디즈니가 재정적으로 연간 1억 달러 이상 손실을 보게 되자 보수진영은 ‘트럼프와 쌍벽을 이룰 인물을 찾았다’며 다시 한번 그에게 열광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재선 확정 후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드산티스 측 브라이언 그리핀 비서실장은 국민일보에 “주지사는 플로리다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대통령이 아닌 플로리다 주지사로 올해 11월 재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마이클 펜스 전 부통령도 변수다. 펜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둑맞았다고 주장한 지난 대선 결과에 승복하면서 그에게 반기를 들었다. 그는 현재 공화당 내 ‘반트럼프’ 정치인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러나 공화당 내 주류 세력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뛰어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미 정가의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펜스 전 부통령이 트럼프의 유산으로 인해 고전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펜스 전 부통령의 전략은 트럼프 시대 정책들을 자신의 성과로 강조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상반된 언어를 구사하며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트럼프와 나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지만 우리는 함께 미국인들을 위해 일했다” “선거는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