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사무소가 31일(현지시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족을 상대로 차별적인 구금이 이뤄졌고 이는 반인도 범죄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신장의 인권 침해 실상을 지적한 이 보고서는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임기 종료를 13분 남겨 놓고 공개됐다. 중국 정부는 “완전히 허위인 보고서”라고 반발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48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신장에서 대테러 및 대극단주의 전략을 적용함에 따라 심각하고 부당한 인권 침해가 자행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강제적인 의학 치료와 열악한 구금 환경을 포함해 고문이나 학대가 있었다는 의혹은 믿을 만하다”며 성폭력 피해 주장에 대해서도 “신뢰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구르족과 다른 이슬람교도에 대한 임의적이고 차별적인 구금은 국제 범죄, 특히 반인도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신장에서 위구르족을 상대로 제노사이드(집단학살)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줄곧 제기해왔지만 보고서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신장 지역의 8개 구금 시설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전직 수감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수용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금됐는지 추정할 수 없지만 2017~2019년 사이 대규모 구금이 발생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언급했다.
바첼레트 최고대표는 4년 임기 마지막 날 작심한 듯 보고서를 공개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실이 보고서를 준비한 기간이 3년이 지났는데도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아 일각에선 바첼레트 최고대표가 중국 인권 문제에 관심이 덜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그가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중국이 직업훈련 센터라고 주장하는 재교육 시설을 방문한 이후로도 한동안 보고서가 나오지 않아 중국 정부의 선전에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는 지난달 말 퇴임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보고서를 발간하라, 또는 하지 말라는 내용의 엄청난 압박을 받았지만 그로 인해 발간을 보류하거나 안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중국은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불법적이고 무효이며 완전히 허위인 보고서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중국은 중국 특색 인권 발전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소 주재 중국 대표부는 “반중국 세력에 의해 날조된 거짓말과 허위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