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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기차 차별적 보조금 우려”…EU·일본도 발끈


유럽연합(EU)과 일본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으로 인한 자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에 대해 적극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U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악화했던 대서양 무역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일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통화하고 IRA의 전기차 세제 혜택에 대해 논의했다.

돔브로우스키스 집행위원은 통화에서 IRA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가속해 기후 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전기차 세액 공제 조항에 있는 잠재적인 차별적 성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U 제조업체를 차별하는 것은 미국의 전기차 전환을 어렵게 만들고,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미국 소비자의 선택을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보조금 정책은 차별적”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 상충하는 방식으로 설계돼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해당 주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USTR은 그러나 성명에서 “타이 대표가 기후 위기를 제대로 대응하고, 공급망과 안보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EU 모두 청정에너지 기술 투자를 확대할 필요에 주목했다고”만 언급했다.

앞서 미리엄 가르시아 페러 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 보조금 정책이 해외 자동차 회사를 차별해 WTO 규범에 어긋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전기차 보조금 문제가 새로운 ‘에어버스-보잉 분쟁’가 될 수 있다는 유럽 외교관 발언을 전하며 “대서양 횡단 무역 갈등을 재점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에어버스-보잉 분쟁은 미국이 2004년 에어버스에 대한 불법 보조금을 문제 삼아 EU를 WTO에 제소하면서 17년간 빚어진 무역 갈등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 양측은 보복 관세까지 부과하며 갈등이 극에 달했고, 바이든 행정부 때 가까스로 분쟁 종료를 합의했다.

미국이 동맹·파트너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주장하며 내세운 ‘프렌드 쇼어링’ 개념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의 데이비드 클레이만 연구원은 “미국이 지난해 ‘프렌드 쇼어링’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지만, 빤한 보호무역 정책을 감추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일본도 우려를 제기했다. 주미일본대사관 대변인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보조금의) 영향을 세부적으로 계속 분석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는 더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한 일·미 양국 간 논의가 진전되는 가운데 이런 조치가 나온 것을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우리는 이번 조치가 WTO와 부합하는지 의구심이 있다. 우리의 우려를 모든 가능한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에 전달해왔으며, EU를 포함한 다른 파트너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제조협회도 지난달 이 법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진행 상황을 자세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 미국을 찾아 타이 대표 등 정부 관계자와 의회 인사를 만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차별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