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5~16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기간에 양자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중·러 지도자가 처음 대면 회담을 갖는 것이다. 다음 달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3연임 확정을 앞두고 있는 시 주석이 약 2년 8개월 만에 해외 방문을 재개한다는 의미도 있다.
7일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레이 데니소프 중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중국 측과 구체적 안건에 대한 진지하고 온전한 회담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중·러 정상회담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온전한 회담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울 것”이라며 “정상간 직접 대화는 논의의 질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출범한 SCO에는 인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8개 회원국 정상이 모두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각종 경제 제재를 가하는 와중에도 러시아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주력 수출품인 원유와 금 수입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면 중국과 인도가 대거 사들이는 식으로 제재 효과를 반감시켰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은 그동안 여러 차례 화상 또는 전화 회담을 했지만 직접 만난 적은 없다. 미·중 정상의 첫 대면 회담은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열릴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 전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만약 시 주석이 온다면 만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러 정상회담 이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수순이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2020년 1월 미얀마 국빈방문을 마지막으로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 약 2년 8개월만에 해외 방문을 재개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양국의 밀월 관계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카자흐스탄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SCO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인 14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지만 무게 중심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 쏠려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