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96세로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오는 19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진다. 영국 국장(國葬)으로 진행되는 장례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전 세계 정상이 대거 참석하는 세기의 행사가 될 전망이다.
영국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다고 밝혔다. 12일 영국 언론 등에 따르면 웨스트민스터에서 영국 군주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건 1760년 조지 2세 이후 262년 만이다. 웨스트민스터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47년 필립공과 결혼한 곳이다.
아직 초청자 명단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 국가 지도자와 고위 인사들이 대거 장례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의 뜻을 밝혔고, 나루히토 일왕도 참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관계가 껄끄러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불참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 군주로서 가장 오랜 기간인 70년간 재위했다. 여왕의 큰아들 찰스 왕세자가 즉각 찰스 3세로서 국왕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9일 ‘유니콘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장례 절차는 19일까지 열흘간 진행된다. 유니콘 작전은 여왕이 런던이 아닌 곳에서 서거할 경우에 대비한 계획이다. 여왕은 런던에서 북쪽으로 약 830㎞ 떨어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눈을 감았다.
여왕의 유해는 12일 밤까지 스코틀랜드에 머물다 13일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가 있는 런던 버킹엄궁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14일 오후 5시부터 19일 오전 6시30분까지 웨스트민스터홀에 안치돼 일반에 공개된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한국에서도 13~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영국 언론들은 웨스트민스터 조문객이 2002년 치러진 엘리자베스 2세 어머니의 장례식 때인 20만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간 가디언은 “장례식을 지켜보기 위해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이 1997년 다이애나비 장례식 때 100만명과 비슷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 정부는 장례식으로 어수선한 틈을 노린 시위와 테러 시도에 대비하기 위해 런던시내에 경찰관 1만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여왕의 유해는 11일 오전 밸모럴성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약 160㎞ 떨어진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의 홀리루드궁으로 이동했다. 운구행렬이 밸러터, 애버딘, 던디 등 마을을 지날 때 주민과 관광객 등이 도로 양옆에 늘어서서 꽃을 던지고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유해는 12일 홀리루드궁에서 에든버러 성자일스 대성당으로 옮겨져 24시간 동안 대중에 공개됐다. 여왕은 19일 장례식을 마치면 런던 윈저성 내 지하 왕실 납골당에 안치돼 남편 필립공 곁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