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박물관이 한·중 수교 30주년 등을 기념해 개최하고 있는 고대 유물전에서 한국사 연표 중 고구려와 발해를 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전시를 공동 주최한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은 중국 측이 한국사 연표를 임의로 편집해 작성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가박물관은 지난 7월 26일부터 베이징에서 ‘동방의 상서로운 금속: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을 열고 있다. 전시장에는 한·중 수교 30주년과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3국이 공동으로 고대 청동기 문화를 전시하게 됐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러나 전시장의 한국사 연표 부분에 고조선, 신라, 백제, 가야, 통일신라, 고려, 조선은 건립 연도 등이 표기됐지만 고구려와 발해는 빠졌다. 그러면서 해당 연표를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동북 변경 지역의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기 위해 2002년부터 5년 동안 국책 사업으로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제외한 것을 실수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전시에 앞서 한국사 연표를 제공했으나 중국 측이 임의로 편집해 작성한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전시에 사용되는 자료는 제공한 측의 자료를 성실히 반영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며 “중국 측 태도는 신뢰 관계를 훼손하는 것으로 즉각적인 수정과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가 시작되고 한 달 반이 지나서야 해당 사실을 파악한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고구려사는 학술 영역에서 토론하고 소통할 문제”라며 “정치적으로 이슈화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