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를 규합, 대중국 직접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에 가했던 제재 압박을 중국에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대만은 유럽연합(EU)에도 대중국 제재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움직임이 실제 가시화하면 미·중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을 우려가 크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여러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반도체나 통신장비와 같은 민감한 기술에 대한 수출 및 투자 제한을 넘어 (중국에 실제)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소식통은 “논의가 초기 단계”라면서도 “미국의 제재 논의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시작됐고, 최근 중국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하며 시급성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 외국 정부 관리는 “백악관은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조정을 포함해 이들 국가가 같은 관점을 갖게 하고, 중국 도발을 피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 및 파트너를 끌어들여 대러 공동 제재에 나섰던 것과 같은 방식을 검토 중이라는 의미다.
검토 중인 제재의 세부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크레이그 싱글턴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은 “초기 제재 대화는 대만에 대한 군사 작전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특정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악관은 논평을 거부했다. 대만 외교부는 “세부 사항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중국이 대만과 역내에 제기하는 큰 도전에 대해 미국과 유럽, 비슷한 생각을 지닌 파트너와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 이후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대만 백서를 발간하며 ‘완전한 통일’을 주장했고, 무력 사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로이터는 대만과 유럽 사이 논의에 대해 보고받은 6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최근 군사 훈련으로 대만의 입장이 굳어졌다”고 보도했다.
대만은 EU에도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은 중국이 공격해 오면 어떤 조처를 할지 계획할 것과 중국이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를 할 것 등을 EU 측에 요구했다고 관련 브리핑을 들은 소식통이 전했다. 대만과 유럽 관리들은 중국의 군사 훈련이 시작된 이후 광범위한 개별 접촉을 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제재가 실제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나작 니카흐타르 전 미 상무부 고위 관리는 “미국과 동맹국이 중국 경제와 광범위하게 얽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에 대한 잠재적 제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보다 훨씬 복잡한 조치”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EU 제재는 27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것에도 합의가 어려웠다”며 “중국은 러시아보다 경제에서 훨씬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어서 유럽은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을 회피해 왔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14일 대만을 미국의 주요 비(非)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대만정책법’(TPA) 심사에 돌입한다. 이 법은 사실상 대만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하나의 중국’ 원칙 폐기를 의미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