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로 왕위를 계승한 찰스 3세가 시민의 농담을 익살스럽게 받아주는 영상이 공개돼 영국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영국 미러는 찰스 3세가 왕위에 오르기 전인 지난 7월 28일 버밍엄을 방문했을 때 촬영된 SNS 영상을 소개했다.
당시 왕세자 신분으로 영연방 경연대회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밍엄을 찾은 찰스 3세가 몰려든 인파에 손을 흔들며 걸어가던 중 한 남성이 “찰스, 맥주 한잔하러 갈래요?(Charles, do you want to go for a beer?)”라고 외쳤다.
찰스 3세는 처음엔 당황한 듯 “뭐라고?(What?)”라고 되물었다. 남성이 다시 “맥주 한잔하러 갈 거냐고요?”라고 묻자 찰스 3세는 진지한 척 “어디로?(Where?)”라고 답한 뒤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었다.
찰스 3세의 반응에 왕실 관계자들과 주변 시민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찰스 3세는 자리를 뜨면서도 “어디로 갈지 추천해달라”며 재차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찰스 3세에게 맥주 회동을 제안한 남성은 버밍엄 출신의 36세 남성 다니엘 워커였다. 워커는 “일을 막 끝내고 친구를 만나 한잔 걸치려고 가던 중 갑자기 찰스 왕세자를 보게 됐다”며 “그도 나처럼 맥주 한잔을 하고 싶은지 묻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워커는 찰스 3세의 반응에 “내가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했을 수 있는데도 내 말에 답해준 걸 믿기 힘들었다”며 놀라워했다.
둘의 만남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잠시 뒤 왕실 측 보안요원이 찾아와 “찰스가 만나고 싶어 하니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워커를 다시 만난 찰스 3세는 손을 내밀며 직업을 물었다. 전자 상거래 전문가인 워커가 자신의 직업을 밝히자 찰스는 “제대로 된 버밍햄 젊은이군”이라고 말하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워커는 “찰스의 인간적인 면을 본 뒤 그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그가 한 선행들을 제대로 보지 않고 부정적인 면만 본다”며 “그와 함께 맥주를 한잔하게 된다면 그의 새 직업(왕)에 행운을 비는 뜻으로 내가 사겠다”고 덧붙였다.
이 영상은 찰스 3세가 왕위에 오른 뒤 급속하게 인기를 얻어 15일 현재 조회 수 1000만회에 육박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