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에너지 장관들과 화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하벡 총리는 G7 장관들이 러시아의 천연가스 대금에 대한 루블화 결제 요구를 거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서방이 거부 의사를 밝히고 러시아 측이 ‘공급 중단’까지 언급하면서 유럽의 가스 위기가 현실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은 주요 7개국(G7) 에너지 장관들과 화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천연가스 대금에 대한 루블화 결제 요구를 거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루블화 결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G7 에너지 장관들은 이는 기존 계약에 대한 명백하고 일방적인 위반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상 가스 대금은 유로화와 달러화로 지불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벡 장관은 G7 장관들이 기업들에 루블화 결제 방침을 따르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유럽에 공짜로 가스를 공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 상황에서 (유럽 고객을 위한) 자선사업에 관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상원 경제정책위원회 소속 이반 아브라모프 의원은 G7 국가들이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를 거부한다면 틀림없이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벡 장관은 러시아가 가스 수송을 중단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준비돼 있다”며 “(러시아는) 신뢰할 수 없는 에너지 공급자”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3분의 2 줄이고 2027년까지 모든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EU가 단기간에 러시아산 가스를 모두 대체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EU가 러시아에서 수입한 가스는 1550억㎥다.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EU가 목표치인 1020억㎥보다 현저히 낮은 500억~800억㎥가량을 대체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65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이 계획대로 EU에 LNG 150억㎥를 연내 추가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기엔 충분치 않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조엘 핸콕 부소장은 “단기적으로 EU의 목표는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청정에너지 도입에 적극적이던 독일은 전력 공급에서 배제했던 일부 석탄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 대비책도 마련했다. 이미 뮌헨 지역 석탄 발전소 한 곳은 수명 연장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