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의 대북 외교에 대한 의회 통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북한정책감독법’이 미 상원에서 재발의됐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일방적 대북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됐던 조치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는 등 안보 환경이 급변한 상황이어서 법안이 통과할지 주목된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밥 메넨데스 의원과 공화당 빌 헤거티 의원은 14일(현지시간) 대북정책감독법 공동발의를 설명하며 “새로운 초당적 법안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북한 정부와의 불법 거래에 참여하는 자들이 미국 및 세계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노력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법안은 “경제적 압력과 제재는 외교적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하며,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위해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유지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할 때까지 미국 정부가 경제적 압력이나 제재, 봉쇄, 억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법안은 특히 미국 정부가 북한과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합의를 하면 의회 검증을 받도록 했다. 북한과의 구속력 있는 합의는 조약 형태로 이뤄져야 하고, 상원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대북 정책에 대한 의회 차원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은 행정부가 법 시행 후 2년간 6개월마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 상황, 미국의 대북 협상, 대북 경제 압박 등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를 하거나, 핵 관련 합의를 하면 관련 내용을 의회에 설명하고 자료도 보내도록 했다.
메넨데즈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명에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이 담기지 않은 점 등을 비판하며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었다. 2019년 6월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투명성 부족이 심각하다”고 비판하며 법안 재상정을 추진했다.
메넨데즈 위원장은 이번에 다시 북한정책감독법을 발의한 배경을 설명하며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미사일과 포탄을 대량 구매하려 한 사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핵무력을 법제화한 사실 등을 언급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협력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안보 상황이 법안 추진의 필요성을 높인다는 의미다.
법안은 “확장 억지 약속과 전진 배치된 미군 주둔을 포함해 한국과 일본이 공격받으면 미국은 조약 의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는 확실한 보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 “신뢰할 수 있는 억제를 유지하기 위해 핵 현대화를 우선시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 조치로 공약을 뒷받침한다”고 언급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