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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유세용”?…英여왕 장례식 간 브라질 대통령 뭇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 유세 활동을 벌여 여왕의 장례식을 정치 도구로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기리는 것이 런던 방문의 “주요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목적이라던 설명과 달리 여왕 추모 내용은 13초가량으로 짧았고, 이후 2분 정도를 본인의 대선 유세에 할애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마약 합법화 논의를 원하지 않는 나라, 낙태 합법화 논의를 원하지 않는 나라, 젠더 이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라면서 “우리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질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경쟁 상대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12~15%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어 당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브라질 대선은 다음 달 2일에 진행된다.

당시 대사 관저에 모여있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그의 연설에 환호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장례식 참석차 방문한 자리에서 펼친 선거 유세는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TV로 중계된 대통령 토론회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욕설을 들었던 브라질의 저명한 언론인 베라 마갈량이스(Vera MagalhãEs)는 트위터에 “여긴 장례식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태를 꼬집었다.

또 인권 전문가이자 법학 교수인 파울로 아브라오(Paulo Abrāo)도 “또 다른 국제적 불명예”라고 비판했다.

우익 정치인이자 한때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던 조이스 하셀만(Joice Hasselmann)은 “보우소나루는 여왕의 장례식을 선거 드라마로 만들었다”고 일갈했다.

현지 언론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유는 그의 재선을 위한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O Estado de S. Paulo)는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대선 유세 영상을 녹화하기 위함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한 대통령 보좌관은 브라질 일간지 우 글로부(O Globo)에 ‘보우소나루는 장례식을 대선 경쟁 상대인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을 따라잡을 기회로 보았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