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석 달 동안 금리를 2.25% 포인트 끌어올리는 초강력 조치다. 연준은 연말까지 최대 1.25% 포인트까지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또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국과는 기준금리 역전현상이 더 확대돼 환율 관리 경고등이 켜졌다.
연준은 21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2.25~2.50%에서 3.0~3.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미 기준금리가 3%대에 오른 건 2008년 1월 이후 처음이다. 현재 2.5%인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최대 0.75% 포인트 높아졌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에서는 연말 금리 수준 중앙값이 4.4%로 나타났다. 연준 관리 대다수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4.25~4.5%로 최소 1.25% 더 이상할 필요가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올해 FOMC 회의는 두 차례 남았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한 번의 ‘울트라 스텝’(한 번에 1% 포인트 금리 인상)이나 자이언트 스텝이 필요하다.
연준 관리들은 기준금리가 내년 4.5~4.75% 사이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6월(3.8%) 예측보다 0.8% 포인트 높다. 연준 관리 3분의 1은 2024년까지 4%대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까지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가 안정이 없으면 경제는 아무 소용이 없고, 강력한 노동시장이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동안 추세 아래 성장이 지속하고, 노동 시장 조건도 약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당분간 제한적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어느 시점에서는 누적 정책 조정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매파적 접근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연준은 연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6월보다 0.2% 포인트 오른 5.4%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 우려도 커졌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보다 1.5% 포인트 낮춘 0.2%로 제시했다. 연준은 실업률도 내년 말 4.4%로 지난 8월 예상(3.7%)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수준의 증가는 경기 침체 없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이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정책으로 신흥국의 자금 이탈 우려가 커졌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금리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 압박도 높아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남은 두 차례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과의 금리 역전 현상은 더 확대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