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령한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러시아 곳곳에서 동원소집 대상자들이 가족들과 기약 없는 생이별을 하고 있다.
CNN,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SNS에는 전장으로 향하는 가족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러시아인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동영상에는 동부 시베리아 도시 네륜그리의 입영센터로 보이는 종합운동장 건물에서 동원소집 대상 남성들이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담겼다. 버스에 실려 곧 전장으로 향할 가족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한 남자아이가 마지막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현지 입영센터에서 찍힌 동영상에는 한 여성이 가족으로 보이는 남성의 몸에 성호를 그으며 안전을 간절히 기원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름을 드미트리라고 밝힌 한 동원소집 대상자는 입영센터에서 아버지의 배웅을 받았다. 이 아버지는 전장으로 가는 아들에게 “조심하거라”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학생 신분이라는 드미트리는 현지 언론 오스토로즈노노보스티에 “아침에만 해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동원소집 통지를 받았다. 오후 3시까지 여기(입영센터)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렸는데 입영 장교가 나타나더니 당장 떠난다고 한다”며 당황스러운 마음을 토로했다.
윌 버논 영국 BBC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린 후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동원된 러시아 병사들을 보여주는 비디오. ‘아빠, 안녕, 제발 돌아와!’라고 우는 아이의 소리가 들린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인을 정면으로 겨냥한 동영상 연설을 내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평소 사용하던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사용하며 “동원소집에 저항 없이 응한 러시아인들이 죽음으로 내던져졌다”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개월 동안 러시아군 5만5000명이 전사했다. 더 필요한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저항하라. 투쟁하라. 도망쳐라, 아니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은 이미 살인, 고문 등 그 모든 범죄의 공범이다. 그동안 침묵했기 때문이다”라며 “이제 선택할 때다. 러시아 남성들은 지금 사느냐 죽느냐, 장애를 얻느냐 건강을 지키느냐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