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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협상서 돌파구 못 찾았다”… 美 “병력 재배치 눈속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대표단이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5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안보가 보장되면 중립국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러시아는 키이우(키예프)와 체르니히우에 대한 군사 활동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군사작전 축소 발표가 전력 재정비 등을 위한 눈속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축소 발표 불과 하루 만에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할 수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로이터 통신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터키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 협상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구체적인 내용을 제안하고 이를 문서화하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아직 유망하다거나 돌파구처럼 여겨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크림반도에 대해서도 “헌법에 따라 러시아 영토의 운명, 러시아 지역의 운명을 놓고는 누구와도 논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5차 협상에서 키이우(키예프)와 북동부 체르니히우에 대한 군사활동을 ‘극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러시아는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 대한 공격도 멈추지 않고 있다. 비아체슬라프 차우스 체르니히우 주지사는 이날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군사작전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격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를 믿지 않는다. 주거용 건물, 도서관, 쇼핑센터를 포함해 니진과 체르니히우에는 밤새 공격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이날 키이우에도 러시아군의 포격이 있었던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둘러 끝낼 의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러시아 협상단 대표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군사작전 축소가 휴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국 국영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상호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의 군사 활동 축소 발표가 병력 재배치를 위한 눈속임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들(러시아)이 제안한 대로 실제 행동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그들이 행동에 나서는 것을 볼 때까지 어떤 것도 예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평화 추구에 관해 러시아 측으로부터 진정으로 진지한 신호를 보지 못했다”며 “러시아는 즉각 공격을 멈추고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말하는 게 있고 행동하는 게 있는데, 우리는 후자 쪽에 더 무게를 둔다”며 “(군사 활동 축소와 관련) 러시아가 방향을 전환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비디오로 중계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 침공 34일간 그리고 지난 8년간 돈바스 전쟁을 통해 오직 구체적인 결과만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강창욱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