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남성에 군 동원령을 내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내에서도 우크라이나인을 강제 동원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관리와 목격자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에서 상당수 남성이 입영통지서를 받았다. 이 지역 18~35세 남성은 이동이 금지된 상태다.
자포리자에서 사람들의 탈출을 도와온 할리나 오디노리는 “지금도 대피를 도와줄 수 있느냐는 전화가 많이 오지만 불행하게도 이제는 도울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점령지가 된 자포리자주 멜리토폴의 전 시장 이반 페도로프도 러시아의 징병을 피하려면 “일단 크림반도로 이동한 다음 유럽이나 조지아로 피신해 우크라이나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같은 국민끼리 총을 겨눠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점령지 내 국민에게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러시아 동원령은 피하라”고 강조했다. 불가피하게 러시아군에 입대할 경우 내부에서 적의 활동을 방해해 우크라이나를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4곳에서 실시되고 있는 주민투표는 사실상 강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에서 23~27일 러시아와의 합병 의사를 묻는 투표를 진행 중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선 총으로 무장한 러시아군이 집마다 방문해 투표를 받고 있다. 한 현지 주민은 BBC에 “찬반은 직접 말로 대답해야 했으며 군인이 종이에 답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는 주민들이 투명한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투표지는 찬반 표시가 그대로 노출됐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러시아 합병에) ‘아니요’라고 답한 사람들은 따로 기록돼 ‘신뢰할 수 없는 사람’ 리스트에 오른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멜리토폴의 한 여성은 “아버지가 ‘아니요’라고 답해 우리 가족은 박해를 받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지난 23일 자포리자에서 투표를 마친 500명을 상대로 출구조사를 실시한 결과 93%가 러시아 영토 편입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BS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