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히잡 의문사’ 사건의 유족들이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란 당국의 시위 강경 진압으로 지금까지 70명 이상이 숨지고 20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서방국은 시위 지원을 위해 대(對)이란 제재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제 이슈로 번지는 양상이다.
반관영 ISNA 통신은 28일(현지시간) 고(故) 마흐사 아미니(22)의 가족들은 이날 아미니를 체포·조사한 풍속 경찰들을 고소했다. 유족 측 변호인인 살레흐 니크바크트는 이날 ISNA에 “아미니를 거리에서 체포한 단속 요원과 심문 과정에 참여한 경찰들을 상대로 사망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쿠르드계 여성인 아미니는 지난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에 의해 체포됐다. 이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6일 숨졌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다며 심장마비가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아미니 사망 사건을 계기로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13일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이란 반정부 시위가 파장을 키워가면서 이란 정부의 진압도 점점 과격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강제해산하고 참가자들을 무더기로 연행하는 등 여전히 강경 진압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관련 당국은 시위 영상 공유를 막기 위해 일부 지역에선 인터넷 접근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전날 공영 매체를 통해 사망자가 41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지만,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단체 ‘이란인권’(IHR)은 최소 7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8일 낸 성명에서 “이란 내 시위와 관련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당국은 불필요한 무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독립적인 기관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아미니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