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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데 ‘내부 총질’… 푸틴, 총사령관 교체 초강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합동군 총사령관을 전격 교체했다. 새 총사령관은 ‘국수주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세르게이 수로비킨(56· 오른쪽)이다. 과거 시리아 내전에서 민간인이 포함된 반정부 세력을 향해 무차별 폭격을 지시하는 등 악명이 높은 인물이다.

로이터통신과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8일(현지시간) 수로비킨 공군사령관을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 작전’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수로비킨 총사령관은 러시아 동부 군관구 사령관, 시리아 파견부대 사령관 등을 지냈다. 2017년부터 러시아 항공우주군을 지휘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러시아 남부군 사령관을 맡았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개전 후 총사령관 교체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로비킨 총사령관은 그러나 가혹 행위 등 전력 탓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영국 정보 당국 보고서를 인용해 “3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수로비킨의 경력에는 부패행위와 가혹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끈질기게 따라다녔다”고 전했다.

수로비킨은 1987년 임관 이래 무기 밀매와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발포 명령으로 두 차례 감옥에 간 바 있다. 2017년 러시아군의 시리아 원정을 이끌었을 때는 반정부 세력을 겨냥한 무차별 폭격 등으로 전쟁범죄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나 ‘푸틴의 해결사’로 불리는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프게니 프리고진은 그에 대해 “러시아군에서 가장 유능한 지휘관이며 조국에 충성스럽게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전설적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러시아 정부가 수로비킨을 우크라이나 전선 책임자인 총사령관으로 앉힌 것은 러시아 ‘내부 총질’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자 러시아 내부에서는 이견과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inner circle·핵심 권력층) 일부가 푸틴 대통령에게 전황과 관련해 이견을 직접 표출했다고 미 정보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러시아 정치권이 예상한 만큼 전황이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자 들끓는 내부 여론을 잠재우려고 군 장성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러시아 매파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러시아는 지난주에도 5개 지역군 사령관 중 2명을 교체했다.

한편 전황이 어려워진 러시아군 내부는 ‘별(장성)들의 무덤’이 돼가고 있다고 WP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개전 후 최소 8명의 러시아 장성이 해임되거나 업무 배제됐으며 최소 10명이 전투 중 사망했다. 대표적 인물은 시리아 및 2차 체첸전쟁 등에 참전 후 이번 전쟁에서 총사령관으로 활동한 알렉산드로 드보르니코프 장군이다. 44년 이상 전장을 누빈 그는 지난 4월 총사령관에 임명됐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7주 만에 해임됐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