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총리가 집권한 지 한 달여 만에 영국경제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에 금리와 물가의 동반 급등으로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2년여 만에 모든 경제 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경제전문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순위 5위였던 영국이 과거 식민지였던 인도에 밀려나 6위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영국 정부의 헛발질에 계속 곤두박질쳐 지난달 26일에는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이 1.03달러로 급락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처럼 영국이 초유의 경제위기에 내몰린 것은 트러스 총리가 점화했다 시장의 거센 반발로 철회한 감세 정책 논란 때문이다.
트러스 내각은 지난달 23일 50년 만의 최대 감세 정책을 발표했지만, 재원 마련이 미비해 세계 금융시장에 혼돈만 야기했다. 450억 파운드(71조원) 감세안이 영국을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잃게 한 주요인이었다. 나랏빚을 늘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발표를 하자, 채권시장에서 영국 국채금리가 급등(채권가격 급락)했고, 다시 주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직접 나서 감세 정책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영국은 안 그래도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GDP 11% 하락으로 선진 7개국(G7)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었으며, 세계 공급망 문제에서도 브렉시트 여파로 타국보다 큰 영향을 받았다. 물가 상승률 역시 10%로 G7 중 가장 높고, 3분기 성장률은 0.2%로 추락해 간신히 마이너스 성장을 피했다.
영국경제는 현재 성장동력은 약한데 물가만 가파르게 오르는 상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더니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현실화한 것이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지난해 12월부터 금리를 인상해 현재 2.25%인 기준금리는 오는 11월에는 3.25%까지 올릴 개연성이 높다.
영국 기업들도 변화된 환경 탓에 속속 문을 닫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 영국 기업들이 물가와 에너지난 압박을 견디지 못해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상반기 25만 개가 넘는 기업이 문을 닫았으며, 상품 생산 비용도 크게 올랐다.
임금이 물가를 쫓아가지 못하자 공공부문에서 파업도 줄을 잇고 있다. 영국 15개 철도회사와 철도시설공단은 올해 들어서만 11번째 파업을 했다. 간호사 노조는 106년 만에, 구급대원 노조는 40년 만에 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