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무차별적으로 감행한 미사일 공격을 ‘만행’으로 규정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스터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상대로 시작한 불법 전쟁의 잔인함을 다시 보여준다”며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이 숨지고 다쳤으며 군사 용도가 없는 표적이 파괴됐다”고 규탄했다.
그는 “이들 공격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더 강화할 뿐”이라며 “러시아가 명분 없는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병력을 철수할 것을 다시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계속해서 러시아가 침략에 대한 비용을 치르게 하고, 푸틴과 러시아가 잔혹 행위와 전쟁범죄에 대해 책임지게 하며, 우크라이나군이 조국과 자유를 지키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장관이 이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국제사회는 푸틴 대통령의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할 책임이 있다”며 “이 전쟁에서 침략자는 러시아뿐이다. 이 전쟁을 지금 끝내고 러시아군을 철수할 수 있는 단 한 명은 블라디미르 푸틴”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지역 방문 중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쳐 민간인을 대상으로 고의로 공격했다”며 “이는 이번 전쟁 본질에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11일 화상으로 긴급 회담을 하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편에 설 것이며 EU로부터 추가적 군사적 지원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도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에 전방위 방공시스템인 IRIS-T SLM을 공급할 것이라고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이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위기를 고조시키는 행동으로, 용납할 수 없다. 민간인이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은 이날 오후 총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논의한다.
앞서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의 주요 거점에 무차별적인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수도 키이우에서는 주거시설에서 사무용 빌딩에 이르기까지 도심 건물과 자동차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이날 공습에는 수십 발의 미사일은 물론 이란산 무인 공격기도 동원됐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미사일 공습이 이틀 전 발생한 크림대교 폭발 사고에 대한 보복 공격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자국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통신 시설 및 군사지휘 시설 등을 고정밀 장거리 무기를 사용해 타격했다”면서 “크림대교 폭발은 우크라 특수부대가 배후인 테러 행위다. 우리 영토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러시아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현재까지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97명이 부상을 당했다. 구조 활동이 진행 중이어서 사상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