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작가 킴 드 로리즌(Kim de l'Horizon)이 17일(현지시간) 2022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독일 도서상을 수상한 뒤 ‘이란 시위’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삭발을 감행했다.
AFP통신, 쥐트도이체 차이퉁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로리즌은 데뷔작 ‘블러드북’(BLUTBUCH)으로 수상이 확정됐다. 그는 발표 직후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른 뒤 전기면도기를 꺼내들고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밀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이란 테헤란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22)가 의문사한 뒤 시위가 시작했다. 이란 여성들은 ‘자유’를 외치며 자신의 히잡을 벗어 불태웠고 시위는 전국 단위로 확산했다.
그는 “배심원단이 증오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몸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과 투쟁에 대한 신호를 보낸 것 같다”고 밝혔다.
독일도서상 심사위원단은 수상 이유로 “로리즌 소설 속 논 바이너리 서술자는 창의적 에너지로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다”라면서 “심사위원들을 자극하고 영감을 주는 혁신적인 도전이었다”고 평했다. 로리즌은 자신이 논 바이너리(non-binary)라고 밝힌 적 있다. 이는 남녀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사람을 뜻한다.
그가 수상한 독일 도서상은 독일어로 된 올해 최고의 소설에 주어지며 상금은 2500유로(약 350만원)이다.
한편 이란 반정부 시위는 한 달을 넘어섰다. 맨 처음 20대 여성 위주로 벌어지던 시위는 현재 성별·나이·직업을 불문해 “JIN,JIYAN,AZADI (여성,인권,자유)”를 외치고 있다. 또 미국·캐나다·프랑스 등에서도 많은 이들이 피켓을 들고 이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은 히잡 의문사에 관려있는 이란의 도덕 경찰들에게 제재를 가했고, 유럽 연합(EU)은 연합 차원으로 제재안을 낼 방침이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