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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한파’ 다가오는 유럽…대책 쏟아지지만 실효성은 글쎄


유럽에 에너지 한파가 다가오고 있다. 서방의 제재에 맞선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인해 가스관을 잠근 탓이다. 러시아의 보복 초기에는 단순히 에너지 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였다면 경제와 정치 전반으로 충격파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각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전망은 어둡다.

18일(현지시간)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올해 3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는 2020년 기준 24.4%다. 러시아 한 국가가 EU 전체 에너지 공급원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같은 해 기준 전체의 41.1%를 의존하고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의 보복으로 인해 9%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6월부터 발트해 해저로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노르트스트림1의 공급량을 대대적으로 감축하며 에너지를 무기로 휘두르고 나섰다.

결국, EU 27개 회원국은 에너지 부족 현상을 대비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피크시간대 전력 사용을 5%씩 의무적으로 감축하기로 합의하고 자발적으로 10%까지 전력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건물과 스포츠 시설의 난방 시설을 중단했다. 이탈리아는 프로축구 리그까지 나서서 경기장 조명 소등 시간을 앞당겼다. 프랑스는 국가 소유·운영하는 건물의 연간 전력 사용량을 기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EU는 전력사용 절약뿐 아니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업에 오는 12월부터 ‘횡재세’를 걷을 예정이다. ‘연대 기여금’ 명목으로 걷는 세금은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처럼 대책 마련으로 위급한 상황은 넘길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한판 등 난방수요가 급증하면 예상 범주에서 벗어난 변수로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EU는 이에 러시아 가스의 의존도를 없애려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은 노르웨이와 아제르바이잔 등 새로운 가스관을 건설하고 천연가스 대체 공급처와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또 미국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려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 천연가스 저장량을 오는 11월 1일까지 95%로 늘려 에너지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공급업계 단체인 GIE는 유럽 내 가스 비축량이 91%에 이르렀다.

한편 에너지 위기는 경기 침체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기 대비 10%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40.8%의 인상 폭을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고삐 풀린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0.75%포인트를 추가 인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일시적인 충격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