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징집병 훈련소 시찰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기존의 ‘강한 카리스마 지도자’ 이미지를 다시금 부각하기 위해 기획한 행보로 보인다. 동원령 집행과정을 둘러싸고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성난 여론을 다독이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로이터와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국방부가 운영하는 TV 채널이 부대 시찰에 나선 푸틴 대통령의 모습을 20일(현지시간) 공개했다고 전했다.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는 수도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약 200㎞ 떨어진 랴잔 지역의 징집병 훈련소를 시찰 중인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담겼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푸틴 대통령은 검은색 상·하의 차림으로 사격용 귀마개와 보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그는 동원된 예비군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훈련소에 온 지 얼마나 됐나”, “예전 실력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나” 등 말을 걸었다. “가족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5살 딸이 있다”고 답한 예비군을 껴안고 “행운을 빈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 TV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위장용 그물 밑에 엎드려 최신 러시아제 드라구노프 SVD 저격용 총을 여러 발 쏘는 장면을 내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징집병들이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고 장갑차와 맞서 싸우는 모의훈련 진행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들이 비상 의료 상황이나 화재 등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을 받는 모습도 참관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옆에서 보좌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전부터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강한 남성으로서의 ‘마초’ 이미지를 대중에게 공개해왔다. 상의를 벗고 말 안장에 오르거나 영하의 날씨에 맨몸으로 얼음물에 들어가는 식이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시찰 역시 같은 선상으로 보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푸틴 대통령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건강 이상설도 이번 부대 시찰의 동기라고 해석했다. 올해 70세인 푸틴 대통령은 암, 파킨슨병, 조현병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지지율이 주춤하는 요인으로 건강 이상설이 꼽히자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시찰에 나섰다는 것이다. 데일리메일은 푸틴 대통령이 훈련소를 방문했을 당시 의료 물품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든 수행원이 뒤따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수행원은 핵 공격을 원격으로 승인할 수 있는 장치가 든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스를 들고 푸틴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