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미국, 잉글랜드와 B조로 묶인 이란은 필승을 각오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를 견뎌온 이란 국민들은 월드컵 경기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란 대표팀의 드라간 스코치치 감독은 이런 반응을 경계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2일(한국시간) 월드컵 조 추첨 결과를 받아든 자국 여론의 반응을 모았다. 25세 마지드는 “이기거나 지는 것이 아니라 이기거나 순교하는 것”이라며 대표팀 선수들에게 승리를 주문했다. 50세 모하메드는 “이 경기에서 다친 선수를 유공자로 대우해야 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친미 왕정에서 반미 정권으로 체제가 전환됐다. 미국은 당시 주테헤란대사관 직원이 444일간 고립된 사건을 계기로 이란과 단교했고, 핵 개발 등을 빌미로 경제 제재를 가해왔다. 그 사이 이란에선 반미 여론이 높아졌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가로 제재를 해제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공교롭게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미국과 이란은 B조로 묶였다. 여기에 미국의 맹방인 영국을 구성하는 잉글랜드가 같은 조로 들어왔다. 이란에서 월드컵 경기에 결사항전 태세를 갖춘 배경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잉글랜드, 이란과 함께 유럽 플레이오프 승자가 B조로 들어간다. 스코틀랜드 웨일스 우크라이나가 유럽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는 잉글랜드와 함께 영국을 구성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항전을 벌이고 있다. 여러 배경에서 B조 경기들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이란은 월드컵 본선에서 한 차례 만난 미국을 이겼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이란이 2대 1로 승리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24년 만에 재회하게 됐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국적인 이란 대표팀 감독 스코치치에겐 이런 분위기가 달갑지만은 않다. 스코치치 감독은 “나는 정치적이지 않다. 축구에만 집중한다. 스포츠에서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