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검찰 수사 정보를 빼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중국 스파이들이 미국에서 기소됐다. 미 법무부는 미국에서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협박하는 등 간첩활동 등을 한 중국인 11명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기소된 13명 중 10명은 중국 정보요원 등 정부 관리였다.
메릭 갈런드 연방 법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수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는 미국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방해하고 이를 보호하는 사법시스템을 훼손하려 했다”며
이날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허씨와 왕씨가 화웨이의 이익을 위해 ‘중국 정부를 대신해서 미국을 상대로 한 대외 첩보 작전을 수행한 정보 요원들’이라고 지목했다. 공소장에는 화웨이라는 회사명 대신 ‘중국에 본사를 둔 통신회사’라고 언급됐지만, 이는 화웨이를 언급한 것이라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허씨와 왕씨는 2017년 초부터 스파이 활동을 위해 미 법집행기관 소속 관리 A씨와 관계 구축을 시작했다. 이 관리는 그러나 미국 정부의 이중 스파이로 미연방수사국(FBI)의 감독을 받고 있었다.
허씨 등은 지난해 10월 이후 이 관리에게 6만1000달러 상당의 뇌물을 주고 화웨이에 대한 미 법무부의 수사와 형사기소에 관한 기밀 정보 자료를 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허씨 등이 화웨이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 증인, 추가 기소 가능성, 법원에 제출할 증거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허씨 등은 검찰의 재판 전략 회의를 녹화해 정보를 공유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A씨는 가짜 ‘기밀’ 표시가 있는 문서 사진을 대신 제공했다. A씨는 이 문서를 전달한 대가로 4만1000달러를 받았다.뇌물은 비트코인과 보석 등으로도 전달됐다.
화웨이는 2018년 HSBC 등 은행들에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과의 거래에 대해 숨긴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2020년에는 미국 기업들의 영업비밀을 빼돌리고 지식재산권을 도용하려 한 혐의와 미국 제재 대상인 북한과의 사업 사실을 속인 혐의도 추가됐다.
이와 별도로 뉴욕 동부지검은 중국의 반체제 인사와 범죄 도피자의 본국 송환 계획인 일명 ‘여우사냥’에 가담한 중국인 7명을 별도로 기소했다. 여우사냥은 중국 정부가 거액의 돈을 갖고 중국을 탈출한 반체제 인사들을 색출하려는 작전으로 2014년부터 시작됐다.
뉴저지 연방지검은 미국 거주자들을 상대로 중국을 위해 첩보활동을 할 스파이를 모집한 혐의로 중국인 4명을 기소했다. 뉴저지에서 기소된 4명 중 3명은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으로, 이들은 중국으로 보낼 기술과 장비를 확보하기를 희망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