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정치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이른바 민주당 막후 기득권 세력이 차기 주지사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무주공산’ 상태를 맞으며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주류 기득권 세력이 밀어줄만한 인물이 사라지면서 내년(202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는 완전한 안개 국면이다.
이번 변화의 출발점은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으로 유력한 민주당 차기 주지사 선거 후보자로 거론돼왔지만 전격적으로 불출마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내년 선거를 포기했다.
앞으로 뚜렷한 정치 관련 계획이 없는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이번 불출마 선언으로 사실상 정계은퇴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엘레니 쿠날라키스 현 부지사마저 최근 들어 주지사 출마를 접고 주 재무부 장관 도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같은 모습은 캘리포니아 민주당 주류 기득권 세력이 예상하지 못했던 매우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볼 수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 모두 캘리포니아 민주당의 주류 정치, 컨설팅 네트워크와 막대한 후원금 풀에 연결돼 있었던 만큼, 기득권층이 미는 ‘단일 후보’ 전략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캘리포니아 주지사, 연방상원의원 등 ‘빅 오피스’ 선거에서는 낸시 펠로시 전 연방하원의장, 개빈 뉴섬 주지사,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등 이른바 Bay Area 정치 네트워크와 Bearstar Strategies 컨설팅 그룹이 사실상 후보를 ‘지명’하는 구도가 공고하게 이어져오며 후보를 독점했다.
이들이 미는 후보들이 주지사나 연방상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Bay Area 정치 네트워크와 Baerstar Strategies 컨설팅 그룹은 사실상 민주당을 좌지우지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그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이번 주지사 선거는 권력 핵심이 미는 확실한 후보가 사라지면서, 민주당 내 다자 구도와 실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 수혜자는 단연 케이티 포터 전 연방하원의원이 꼽힌다.
진보 개혁적인 성향의 케이티 포터 전 연방하원의원은 지난해 (2024년)연방상원의원 선거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지만 민주당의 거대 자금 세력으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아서 낙선했다.
케이티 포터 전 연방하원의원은 굴하지 않고 주지사 직에 도전하고 있는데 전국적 인지도와 지난 선거 경험을 기반으로 내년 주지사 선거에서 현재 여론조사에서 차기 주지사 후보군 중 압도적 1위를 달리며 앞서가고 있다.
2위와의 격차는 3배 이상이다.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LA 시장, 하비에르 베세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베티 이 전 주 감사관, 토니 앳킨스 전 주상원의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지지율·자금력 모두에서 케이티 포터 전 하원의원과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졌다.
이번 선거는 당 구분 없이 상위권 2명이 본선에 진출하는 이른바 ‘정글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민주당 후보들이 유리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스티브 힐튼 폭스뉴스 진행자, 채드 비앙코 리버사이드 카운티 셰리프 국장 등 공화당 후보 중 한 명이 본선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2022년 LA시장 선거에서 1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부동산 재벌 릭 카루소를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임기 제한으로 재도전을 할 수없는데다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까지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릭 카루소 진영에서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도전할 수있는 절호의 기회가 열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분위기다.
2022년 LA 시장 선거 당시 릭 카루소의 선거를 총괄했던 인물이 바로 캘리포니아 정치의 ‘킹 메이커’로 불리는 에이스 스미스라는 것도 앞으로 민주당 권력 향배와 맞물려 대단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릭 카루소가 LA시장 재도전 대신 주지사 선거로 눈을 돌린다면, 무너진 민주당 기득권 구도가 다시 재편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